보통 우수한 투수는 먼저 선발투수로의 기용이 고려됩니다. 선발로 잘 던질 수 있는 선수면 무조건 선발로 던지는게 기여도가 높습니다. 구원투수는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잘 던져도 기여도에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에서는 그런 점이 두드러집니다.
그런데 체력이 떨어져서 많은 이닝을 던지기 어렵거나, 구종이 다양하지 못 해서 구원투수로 더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구원투수로 기용됩니다. 그렇다고 모든 선발투수가 모든 구원투수보다 우위라는 것은 아닙니다. 선발 로테이션에 들 수 있는 선수지만 구원투수로서는 그다지 강력하지 못 한 경우도 있습니다. 선발은 타자와 여러번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구종을 갖춘게 유리하고 구원투수는 구종이 적어도 구위가 강력한 편이 낫습니다. 적성 차이로 보직이 정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도 평균적으로 선발투수가 구원투수보다 우수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NPB에서 2014~2019년 6년동안 선발투수와 구원투수의 성적은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보겠습니다.
년도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략 RA9(평균실점) 0.30점 정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평균실점외에 다른 스탯은 어떤지 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탯 | 선발 | 구원 | 차이 |
RA9 | 4.21 | 3.91 | 0.30 |
FIP | 4.19 | 3.95 | 0.23 |
xFIP | 4.14 | 4.05 | 0.09 |
tRA | 4.21 | 3.93 | 0.28 |
xFIP의 차이가 작은 건 계산에 피홈런을 제외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FIP과 tRA도 0.2~0.3 정도의 차이로 구원투수가 더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구원투수가 선발투수보다 실력이 뛰어나서 성적이 더 좋은 것이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선발투수로 던지는 것과 구원투수로 던지는 것은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선발투수는 많은 이닝을 던져야 하기 때문에 구원투수처럼 전력투구를 하지 못 합니다. 선발에서 구원으로 변경시에 일반적으로 구속이 상승합니다. 구속이 높아질수록 실점은 줄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구원투수는 대부분 타자를 1경기에 1번만 상대하지만 선발투수는 2번에서 3번은 상대하게 됩니다. 타자는 투수를 많이 상대할 수록 익숙해지기 때문에 잘 쳐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만으로도 선발에서 구원으로 변경시 실점 억제력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 기대됩니다.
선발투수와 구원투수를 겸한 선수의 성적으로 둘의 난이도 차이를 구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선발로 상대한 타자수와 구원으로 상대한 타자수가 모두 제각각인데 어떻게 비교할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선발로 300타자, 구원으로 10타자 상대한 선수와 선발로 100타자, 구원으로 200타자 상대한 선수를 똑같이 취급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선발로 상대한 타자와 구원으로 상대한 타자를 조화평균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조화평균은 역수의 평균의 역수를 말합니다. 300과 10의 조화평균은 19.35, 100과 200의 조화평균은 133.33입니다. 조화평균한 타자수에 따라 선발 기록과 구원 기록을 조정합니다.
2014년 마쓰이 유키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마쓰이 유키는 선발로 445타자, 구원으로 59타자를 상대했습니다.
보직 | 상대타자 | 이닝 | 실점 | 평균실점 |
선발 | 445 | 101 | 49 | 4.37 |
구원 | 59 | 15 | 3 | 1.80 |
상대타자수를 조화평균하면 104.2가 됩니다. 조화평균인 104.2에 따라 선발과 구원 기록을 조정합니다.
보직 | 상대타자 | 이닝 | 실점 | 평균실점 |
선발 | 104.2 | 23.6 | 11.5 | 4.37 |
구원 | 104.2 | 26.5 | 5.3 | 1.80 |
이렇게 선발과 구원을 겸한 모든 선수의 기록을 조화평균에 따라 재구성하고 합산합니다.
보직 | 상대타자 | 이닝 | 안타 | 홈런 | 사사구 | 삼진 | 실점 |
선발 | 23944 | 5405.0 | 5807 | 662 | 2453 | 3848 | 3255 |
구원 | 23944 | 5531.4 | 5343 | 528 | 2542 | 4449 | 2590 |
보직 | 안타/9 | 홈런/9 | 사사구/9 | 삼진/9 | RA9 | FIP | xFIP | tRA | BABIP |
선발 | 9.67 | 1.10 | 4.08 | 6.41 | 5.42 | 4.84 | 4.64 | 5.04 | 0.303 |
구원 | 8.69 | 0.86 | 4.14 | 7.24 | 4.21 | 4.28 | 4.30 | 4.41 | 0.293 |
차이 | -0.98 | -0.24 | 0.05 | 0.83 | -1.20 | -0.55 | -0.34 | -0.64 | -0.010 |
BABIP은 (안타-홈런)/(타석-사사구-안타-홈런)으로 계산한 값입니다.
선발 등판시와 구원 등판시의 사사구 허용은 거의 비슷합니다. 홈런은 9이닝당 1.10개에서 0.86개로 상당히 억제했으며 삼진은 9이닝당 6.41개에서 7.24개로 많아졌습니다. RA9(평균실점)은 1.20 감소, FIP은 0.55 감소, xFIP은 0.34 감소, tRA는 0.64 감소하였습니다. RA9 차이가 큰 이유는 승계주자 실점이 모두 선발의 책임으로 계산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RA9는 선발과 구원의 난이도 차이를 보는데는 부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홈런은 투수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는데 xFIP은 계산에 넣지 않고 있으므로 역시 부적절합니다. 그렇다면 남은 건 FIP과 tRA 입니다. 인플레이 타구를 제외해야 된다고 보면 FIP, 포함해야 된다고 보면 tRA입니다. FIP 차이 0.55와 tRA 차이 0.64를 기대승률로 환산하면 0.06 정도가 됩니다. 그러므로 선발과 구원의 난이도 차이는 0.06 정도인 것으로 보입니다.